

1共犯복수⌵
그의 손에 이끌려서 약속 장소인 블랙 크라운 호텔의 루프탑 레스토랑에 도착한다. 어쩌면, 아니. 확실하게 윌리엄의 무덤이 될 장소. 루프탑이라... 전경이 잘 보이는 이런 곳에서 암살 당하면 확실히 떠들썩해지겠구나. 티엔이 드디어 일을 쳤다고. 그가 어떤 장면을 연출하고 싶은지는 알겠으니까. 얌전히 티엔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기다릴 생각이었다.
곧 티엔과 카미유의 시선은 테이블 하나에 고정되었다. 거기엔 이미 윌리엄 슈테판이 앉아 있었다. 56세의 나이가 무색하게 젊어 보이는 금발의 중년 남성. 그의 차가운 푸른 눈동자가 둘을 향해 돌아왔다. 티엔은 느긋한 미소를 지으며 윌리엄을 향해 걸어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군. 준비를 조금 더 완벽히 하고 싶었거든.”
“티엔, 늦지 않았네. 그리고···, 블랑샤르의 아들도 함께.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더 화려해 보이는군.”
티엔은 웃으며 카미유의 어깨에 손을 올려 앉혔다. 바로 그 옆 자리에. 윌리엄은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카미유를 유심히 바라봤다.
“정말 놀랍군. 그 꼴이 난 현장에서 살아남다니. 아버지의 끈기를 물려받았나 보지?”
“과거 이야기는 자제해주면 좋겠군. 우리는 미래를 논하러 모인 거니까. 카미유는 이제 내 사람이네. 그리고 그의 존재는 우리의 계획에 방해가 되지 않을 거야.”
“과연? 그의 아버지가 얼마나 완고했는지 기억하나?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들 하지.”
“걱정 말게. 이미 그는 내게 충성을 맹세했지. 아니, 정확히는 ‘길들여졌다’고 할까?”
“보다시피, 그는 이제 내 손 안의 작은 새와 같아. 매일 밤 노래를 불러주지. 그 아비처럼 고집불통은 아니란 거야.”
“내가 듣기로는 그 바에서 도망친 이후에도 꽤 골치를 썩였다던데.”
“믿음직하지 않군, 티엔. 살려둔 것 자체가 실수였어. 처음부터 처리했어야 했는데.”
“실수? 오히려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윌리엄, 자네는 항상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지. 살인은 그저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야. 때로는 살려두는 것이 더 유용할 때가 있는 것을.”
“그래, 뭐. 자네 방식대로 하게. 하지만 중앙 정부 인사들이 다음 주에 방문한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들 앞에서 이런 ‘애완동물’을 데리고 다닐 생각은 아니겠지?”
“물론, 그 자리에는 저 아이가 필요하진 않겠지.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자네가 말한 중앙 정부 인사들 중에 최근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리차드 의원도 포함되어 있던가? 분명 자네의 혈육이라고.”
“그건 자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지.”
“재미있는 말이군. 나는 항상 뉴 에덴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동업자가 아니던가, 윌리엄? 내가 자네의 더러운 일을 처리해주고, 자네는 나에게 필요한 정치적 지원을 해주고... 이것이 우리의 약속 아니었나?”
“물론, 동업자지. 하지만 티엔, 우리 둘 다 각자의 영역이 있어.”
“나는 자네가 그 더러운 뒷골목에서 무슨 짓을 하든 간섭하지 않아. 마찬가지로 자네도 내 정치적 판단에 끼어들지 말게.”
“아직도 나를 그런 식으로 보나? 재미있군. 내가 자네에게 블랑샤르 경찰청장을 처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그것도 ‘뒷골목 일’이었나?”
“윌리엄, 자네는 아직도 나를 단순한 ‘도구’로 생각하는 것 같군. 큰 오산이야.”
“나는 이제 뉴 에덴의 실질적인 주인이지. 자네가 아무리 시장이라 해도, 이 도시의 심장은 내 손 안에 있다는 것이야.”
“오만하군, 티엔. 내가 없었다면 자네는 아직도 그 더러운 조직의 졸개에 불과했을 거야. 내가 자네에게 기회를 준 거라고.”
“기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나.”
“내가 자네에게 부탁한 적이 있던가? 자네가 나를 찾아왔지. 절박하게, 간절하게. 블랑샤르가 자네의 뒤를 캐기 시작했을 때, 자네는 얼마나 떨고 있었는지.”
“그런데 이제 와서 나를 도구처럼 취급하겠다? 착각하지 말게, 윌리엄.”
그도 분노를 숨기지 못할 때는 있구나. 가만 둘의 대화를 지켜보다가 눈썹을 까딱였다. 그러니까-, 그 비극의 당사자. 블랑샤르 가의 마지막 핏줄은 이 둘의 대화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고 생각했다. 티엔은 아직도 이 연극을 이어갈 셈인가? 그를 가만 바라본다. 당신의 신호 하나면 내가 움직일 텐데. 차 안에서 그가 쥐여줬던 총신을 테이블 아래에서 매만진다.
그냥 죽이면 안 되나. 아니, 내가 이걸 왜 고민하고 있어야 하지? 어차피 방아쇠는 자신의 손에 있다. 당신 비위를 마냥 맞춰줄 정도로 바보도 아니고.
자리에서 일어나 윌리엄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들이대고 달칵, 잠금쇠를 해제한다.
“난 많이 기다린 거 같은데. 알죠?”
티엔의 짙은 눈썹이 살짝 치켜올랐다. 얌전히 있으라고 했건만. 허나, 이것도 나쁘지 않군. 그는 천천히 손가락으로 와인잔을 매만지며 입술에 옅은 미소를 흘렸다. 티엔이 루프탑 레스토랑의 모습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했다.
“윌리엄, 살인을 위해선 이런 장소가 참 적당하지 않나? 수백 명의 목격자들이 있고, 네온사인이 타오르고, 밤하늘의 별들이 감상할 수 있으니.”
윌리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그의 손이 테이블을 덜덜 떨며 붙잡았다.
“이, 이게 무슨─,”
이제 와서 제 놀음에 편승하는 그의 모습을 보고는 혀를 찼다. 더듬거리면서 할 말을 찾는 윌리엄의 꼴을 보면 볼수록 푸른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가 죽으면 오랜 복수의 서막이 열린다. 애초에 자신이 아버지에게 배웠던 도덕 따위는 가족 모두가 죽었던 그날 버렸으니 사람 하나 손에 거는 거야 어렵지 않았다. 방아쇠 끝을 검지로 더듬다가 꾹, 총구로 윌리엄의 관자놀이를 눌렀다.
“마지막 말을 듣기도 아까운 인간.”
그대로 당기면 피가 찬란한 금발과 흰 피부에 가득 튄다. 근거리였기에 피하기도 어려웠거니와 그럴 생각도 없었다. 7년만에 뒤집어 쓴 피의 온기는 여전했고, 특유의 철 냄새도 여전했다.
티엔의 눈이 번쩍이며 빛났다. 그의 표정이 예상치 못한 만족감으로 가득 차올랐다. 윌리엄의 창백한 얼굴에서 목숨이 빠져나가는 그 순간, 눈동자가 공허해지는 모습을 티엔은 열정적으로 지켜봤다. 피가 튀어오르고, 윌리엄의 몸이 의자에서 축 늘어지며 쓰러졌다. 티엔이 천천히 박수를 치며 말했다.
“아름답구나.”
“네 아버지가 너를 보았다면 아마도 심장마비로 죽었을 게다. 그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이렇게 차갑게 살인을 저지르다니.”
티엔은 우아하게 테이블 주변을 돌아 카미유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긴 손가락으로 카미유의 뺨에 튀어오른 피를 천천히 닦아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왜 너를 선택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란다. 너의 그 푸른 눈 뒤에 숨겨진 냉혹함. 아버지와 달리, 너는 생존을 위해 도덕을 버렸지. 훌륭해.”
레스토랑에 순식간에 혼란이 일었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고 테이블이 넘어가는 소리, 도망치는 발소리가 뒤엉켰다. 하지만 티엔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란다, 아가.”
“윌리엄은 그저 서막에 불과해. 그가 죽음으로써 뉴 에덴의 권력 공백이 생기고, 우리는 그것을 채울 것이지.”
티엔은 레스토랑 출구로 향하며, 카미유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의 걸음은 천천히, 여유롭게 이어졌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는 마치 숲속을 산책하듯 평온했다.
“중앙 정부에서 조사단이 올 거고, 윌리엄의 부재는 많은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을 이용해 우리는 도시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지.”
“네 손으로 시작한 일, 끝까지 함께하자꾸나.”
그가 닦아낸 피가 희미하게 자국만 남았다. 손등으로 문질러 그것을 지우고, 피에 젖은 땋은 머리카락은 풀어 털어낸다. 미미하게 남은 혈흔의 온기가 불쾌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타고, 문이 닫혀 둘만 남으면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그 끝에 당신의 죽음이 있더라도?”
티엔은 닫힌 엘리베이터의 거울 벽면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았다. 반들거리는 금속 벽에 비친 그의 얼굴에는 섬뜩한 즐거움이 서려있었다. 낮은 목소리가 울리자 느린 동작으로 고개를 돌려 상대를 바라보았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가 닫혔다.
“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죽는다 해도 뭐가 달라지겠니? 블랑샤르 가의 마지막 핏줄은 이미 더러운 살인자가 되었는걸.”
“네 손에 묻은 피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을 거란다. 네 아비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정의도, 도덕도 이제는 무용지물이지.”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이어지는 말에는 웃음기가 어려있었다. 카미유의 증오심을 엿보기라도 한 것처럼 여유로웠다.
“아가. 나를 죽이고 싶다면 언제든 시도해보렴.”
“하지만 그전에 네가 이미 나와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 텐데.”
“넌 이미 나의 것이다. 죽이든, 살든.”
“그러니 끝까지 함께 가보자꾸나. 네가 나를 배신할 때까지, 아니면 내가 너를 완전히 망가뜨릴 때까지.”
곧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침묵이 포기의 의미인 줄 알고 걸어나가던 그의 뒤를 따라 로비를 걷다가 총을 고쳐 쥐었다. 찰칵, 빈 탄환을 떨구고 새 탄환을 총구에 위치시키는 소리.
“그리 말하면 내가 못할 줄 알아요? 당신이 가장 잘 알 텐데. 그럼요, 안 지워지겠죠. 안 지워질 거라면 하나 죽이나 둘 죽이나 그게 그거 아닌가?”
“내가 당신과 같다고?”
7년이었다. 세레니티에서 숨죽인 채 당신의 동태를 살피던 게. 또 반년이었다. 당신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그날의 일을 캐내고 당신의 약점을 들으려던 게. 마지막으로 오늘. 복수극의 서막은 열리고, 당신은 내게 모든 패를 드러냈으니 손에 걸지 않을 이유가 없다.
“─두고 봐야지. 더러운 살인자로 불릴지, 뉴 에덴을 구한 구원자가 될지는.”
“티엔 엘리아스 오스왈드.”
이는 해묵은 복수이자 내게서 스스로의 어린 시절을 찾던 당신에게 고하는 안녕.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티엔은 카미유의 동작을 감지하자마자 몸을 틀었다. 그러나 그의 빠른 반응에도 불구하고 총알은 그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피가 창파오의 비단 천을 적시며 빠르게 번져나갔다. 티엔은 통증에 미간을 찌푸렸지만, 놀랍게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에는 예상치 못한 흥분이 번쩍였다.
“아, 정말로 했구나. 나의 작은 롄첸이 이렇게나 자랐군. 칭찬해주마.”
그가 느릿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고통으로 인해 약간 떨렸지만 여전히 그 특유의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티엔은 왼손으로 상처를 꾹 누르며, 오른손을 천천히 코트 안쪽으로 움직였다. 로비에 있던 사람들은 총소리에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고, 호텔 경비원들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배울 게 많아 보이는구나.”
“첫 번째 교훈. 원수를 죽이려거든 한 번에 심장을 노려라.”
티엔은 주머니에서 자신의 총을 꺼냈다. 상처 때문에 그의 동작은 평소보다 느렸지만,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붉은 눈동자가 차갑게 빛나며 카미유를 향했다.
“두 번째 교훈. 계획이 틀어졌을 때를 대비해 항상 대안을 마련해두어야 한다. ”
“오늘 밤의 사건은 이리 적히겠구나. 윌리엄을 죽인 네가 그대로 광기에 사로잡혀 나마저 죽이려 했다고······.”
“그럼 블랑샤르의 아들은 뉴 에덴에서 가장 위험한 살인마가 되겠지?”
그가 부상당한 어깨를 움츠리면서도 여유롭게 미소지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리고, 세 명의 남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모두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티엔의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네가 내게 총을 겨눈 순간, 넌 이미 패배한 거란다.”
“그래도 칭찬해주마. 확실히 선택할 용기가 있구나. 네 아비도 이런 용기가 있었더라면, 아마 지금쯤 살아있었을지도 모르지.”
티엔은 총구를 카미유에게 향한 채 뒤로 물러섰다. 그의 왼쪽 어깨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렀지만, 티엔은 고통을 무시하는 듯했다. 오히려 그의 눈빛은 더욱 생기를 띠었다. 뒤에서는 티엔의 부하들이 천천히 카미유를 향해 다가왔다. 그들의 손에는 모두 무기가 들려있었다.
“이제 어떻게 할 거니, 아가?”
운 좋은 인간. 분명 자신은 그의 심장을 노렸다. 당연하지, 그 부근이 인간의 급소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을뿐. 거리가 있었고, 그의 반사신경이 예상보다 빨랐으며, 제 자세에 흐트러짐이 있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게 그가 반년 간 가르쳐준 것이었으니까. 등 뒤에는 칭룽의 인간들이, 눈앞에서는 티엔이 총구를 자신에게 겨누고 있으니.
“명줄도 길지. 지긋지긋하게도.”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도망치지는 않았다. 어릴 적 그 때처럼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더 방아쇠를 당겼다. 그 탄환이 그에게 닿았는지, 아닌지는 자신이 알 길이 없었다.
두 번째 총성이 로비에 울려퍼졌다. 이번엔 티엔의 반응이 더 빨랐다. 그가 몸을 홱 돌리며 피했으나, 총알은 그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다. 비단 창파오가 찢어지며 새로운 상처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티엔의 붉은 눈동자가 광기로 번뜩였다.
“아, 아······. 정말 대단하구나, 롄첸.”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통증 때문인지 흥분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떨림이 묻어났다. 티엔은 이번엔 주저하지 않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카미유의 다리를 스쳐지나가며 피가 튀었다. 그리고 곧바로 두 번째 총알이 날아와 카미유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이게 인생이란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네가 내 어깨를 쏘았으니 나도 네 어깨를 쏘았지.”
티엔의 부하들이 재빨리 카미유를 제압하려 달려들었으나, 티엔이 손을 들어 그들을 제지했다. 그의 얼굴에는 고통과 기쁨이 뒤섞인 기괴한 표정이 떠올랐다.
“멈춰! 건들지 마라.”
티엔이 명령했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졌지만, 여전히 위압적인 목소리였다. 티엔은 천천히 카미유에게 다가갔다. 그의 창파오와 코트는 이미 피로 젖어 있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걸음걸이는 흔들렸지만, 눈빛만큼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가 카미유의 바로 앞에 멈춰 서서 총구를 그의 이마에 겨눴다.
“그래도 난 네가 마음에 드니 물으마.”
“선택의 시간이란다, 아가. 지금 여기서 죽을테냐? 아니면─,”
“나와 함께 이 더러운 도시를 지배할테냐?”
“당신과 더 손을 잡느니─,”
“차라리 죽여.”
이제 더 당신의 비위를 맞춰줄 필요는 없었다. 살해 역시 실패했고, 앞에 남은 선택지가 죽기와 당신의 손을 잡기만이 남아있다면 나는 기꺼이 죽음을 택하리라.
티엔의 얼굴에 짙은 실망감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곧 그 실망은 흥미로운 미소로 바뀌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였다. 그가 혀를 찼다.
“차라리 죽음이라. 결국 네 피 속에는 아비의 고집이 흐르는 모양이다.”
“하지만 난 너에게 그런 선택권을 주지 않을 거란다.”
“아무렴, 죽음은 너무 쉬운 탈출구지. 네가 도망치는 걸 한 번 허락했지만, 두 번은 없단다.”
티엔은 무슨 변덕인지 갑자기 총을 내리고 카미유의 부상당한 어깨를 강하게 누르며 압박했다. 그의 얼굴이 카미유의 얼굴에 바짝 다가왔다. 그가 네온 불빛에 젖은 채 위험하게 속삭였다.
“넌 나와 함께할 게다. 그게 네 운명이란다.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호텔 밖에서 경찰 사이렌 소리가 더욱 크게 울렸다. 티엔의 부하 중 하나가 긴장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보스, 경찰이 곧 도착합니다. 지금 바로 떠나야 합니다.”
티엔은 카미유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롄첸, 넌 내가 이 도시에서 가장 아끼는 소유물이란다.”
“이 티엔 오스왈드에게, 내 것을 포기하는 법이란 없지.”
티엔은 권총의 손잡이로 카미유의 뒤통수를 강하게 내리쳤다. 정확히 기절할 만큼의 힘을 담아.
“그를 차에 태워라.”
“오늘 밤의 일은 계획대로 진행된다. 윌리엄은 죽었고, 뉴 에덴은 이제 우리 것이다.”
티엔이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그의 얼굴이 피로 창백해지고 있었지만, 눈빛은 여전히 단호했다. 부하들이 카미유를 들어 올리는 동안, 티엔은 자신의 상처를 살폈다. 그의 창파오는 이미 피로 흥건했다.
“그리고 의사를 불러라. 우리 둘 다 치료가 필요하겠군.”
티엔은 차 뒷좌석에 실리는 카미유를 바라보며 기묘한 애정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아가, 이제 시작이란다. 우리의 진짜 이야기는 이제부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