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共犯진실⌵
그간 그 변덕에 어울려주느라 잔뜩 고생을 한 건 이쪽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가끔 그의 언행은 가만 두고 보기 어려울 때도 많았다. 후계자이면서 동시에 소유물로 모두에게 소개하더니 결국 대하는 꼴은 후계자보다는 소유물에 가까운 것이 아니꼽기도 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가식적인 면모를 보고, 그의 ‘정치’를 눈에 담았다. 그 결과, 다시 한 번 세레니티에서처럼 단도를 들고 그의 허점을 노리는 것이다. 테라스에서 등 돌리고 있는 순간에 목을 찌르려.
티엔은 발소리가 다가오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등을 돌린 채 테라스에 선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가에는 서서히 미소가 지어졌다.
“흥미로운 선택이구나, 롄첸.”
새벽 공기가 그의 남색 머리카락을 살짝 흔들었다. 여유를 유지한 채로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들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내가 너를 키우기로 한 이유가 있었지.”
티엔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의 긴 손가락이 방아쇠를 쓸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오며 총구를 들이댄 채로 말을 이었다.
“네 살의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아가.”
“후계자로 소개한 건, 네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그 전에···, 길들여져야겠지.”
그는 갑자기 손을 뻗어 카미유의 목을 거칠게 틀어쥐었다.
“식은 죽 먹기로 알았더냐? 그래, 그 불꽃이 좋구나.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내일은 윌리엄과 저녁 식사가 있단다. 그 자리에서 보여주렴.”
그는 천천히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결국 들이밀어진 총구에 단도를 더 뻗지 못하고 꽉 쥔 손에 날이 파고들어 희미하게 배어나오는 자신의 피만 남았다. 틀어쥔 채 있던 목이 그의 손에서 풀려나오면 그 자리에서 무너져 거센 기침을 뱉었다. 고개 숙이면 긴 금색 머리카락이 커튼처럼 쏟아져서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이 놀음을 하려고요? 이제 지긋지긋한데, 난. 당신이 하라면 노래하고, 곁에 있으라면 있고.”
“나와 뭐가 하고 싶은 거죠, 당신은?”
간혹 유하게 굴 때가 있었다. 그 눈에서 무언가 얼핏 느껴질 때도. 오랜 기억을 더듬는 듯한 시선을 알았다. 하지만 결코 당신은 그 약점을 입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불공평하게도.
“내가 당신과 같아지길 바라서? 그게 당신의 진심이에요?”
티엔의 눈이 가늘어졌다. 웃음기는 사라지고, 냉담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는 테라스 난간에 손을 얹고 천천히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들 중에서 카미유의 아버지의 반지가 아침 햇살에 반짝였다. 그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천천히 연기를 내뱉었다. 연기는 바람에 흩어져 사라졌다.
“뭐가 하고 싶은지 묻는다면, 꿈의 완성이지.”
티엔은 몸을 돌려 카미유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붉은 눈동자는 오전의 햇살 아래에서도 피처럼 붉게 빛났다.
“네 아비는 내 꿈을 짓밟았었다. 뉴 에덴을 내 손아귀에 넣는 꿈을.”
“그래서 나는 그의 꿈을 짓밟았지. 가족의 꿈, 평화로운 삶의 꿈을.”
그는 천천히 걸어와 카미유의 앞에 섰다. 곧 손을 뻗어 카미유의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올렸다. 그의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눈빛은 여전히 냉정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한 복수 이상을 원하게 됐다. 너를 보며 깨달았단다. 네가 가진 불꽃, 그 분노와 원망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바라는 게 아니다. 너는 이미 나와 같아지고 있어.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느끼지 않니? 그 변화를. 네 눈빛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는 걸.”
“진심이 궁금하다면, 말해주마. 나는 네가 칭룽을 이어받길 바란다. 윌리엄은 이제 쓸모가 다 했어. 그자는 너무 야망이 크지. 뉴 에덴을 넘어 더 큰 권력을 원해.”
티엔의 손가락이 카미유의 얼굴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다, 그도 오래가지 못해 놓아주고 한 발 물러났다. 피우던 담배는 구둣발에 짓밟혔다.
“나도 한때는 너와 같았다. 어머니가 살해당한 후, 복수심 하나로 살았지. 하지만 난 그것을 이뤘고, 그 과정에서 깨달았다. 세상은 강자의 것이란 걸.”
문득 왼쪽 눈썹을 찡그렸다.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그의 표정에 미묘한 불편함이 스쳐 지나갔다.
“칭룽에 들어가 밑바닥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천천히 기어올라 결국은 쿠데타를 일으켜 그 자리를 차지했지. 복수는 달콤했단다.”
그는 그리고 잠시 침묵했다. 아무래도 그것이 이제와서는 그리 달콤하지도 않고 공허함 뿐인 듯했다. 이어지는 것은 시인이다.
“그래, 너를 보면... 가끔은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해.”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내가 너에게 연민을 느끼는 건 아니란다. 난 그저 너라는 존재가... 흥미로울 뿐이지.”
짧은 그의 조소가 스쳐갔다.
“지금 너에게 진실을 드러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그건 네가 이제 돌아갈 곳이 없기 때문이란다. 너는 내 것이 되었고, 내 진실을 알아도 이제 상관없으니.”
“너와 나는 이제 한 배를 탄 거란다. 윌리엄을 제거한 후, 우리는 뉴 에덴을 완전히 장악할 거야. 그리고 너는 내 오른팔이 될 게다.”
이만 자리를 뜨려는 듯 티엔은 몸을 돌렸다. 걸음을 옮기다 테라스 문 앞에 선 그의 뒷모습은 아침 햇살 아래 검은 실루엣처럼 보였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카미유를 향해 미소지었다.
“내일 저녁 7시, 블랙 크라운 호텔의 루프탑 레스토랑.”
“네가 나와 같아지길 원하지 않는다면, 내일 만찬에서 증명해 보거라.”
“역으로 윌리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를 배신할 수 있는지. 그렇게 한다면, 넌 자유를 얻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티엔의 눈빛은 그것이 거짓말임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결코 카미유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기억해라, 아가. 네가 어디로 가든,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으니.”
결국 당신도 나와 같은 일을 겪었음을 알리고 결속을 단단하게 하고 싶었을 뿐임이 아닌가. 그 경험으로 내가 무얼 배워야 하는가? 뒤늦게 베인 손바닥이 따끔거렸다.
이 손으로 피아노 연주는 무슨. 단도는 바다의 파도 너머로 사라졌으니 남은 건 손바닥 위 혈흔 뿐이다. 지긋이 그러쥐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저도 테라스 안으로 들어온다. 흰 새틴 잠옷이 피로 엉망이었다. 죽은 사람은 없는데도.
티엔은 한숨이라는 것을 쉬었다. 평소 같으면 절대 티내지 않았을 터인데. 그는 큰 보폭으로 돌아오더니 카미유의 부상당한 손을 낚아채 쥐었다.
“이건 그냥 두면 감염될 수도 있겠구나. 병원은 안 가도 되니 다행이지만.”
“무기 선택의 잘못이란다. 너무 가볍잖니? 죽일 생각이었다면 단도 말고 다른 걸 썼어야지.”
티엔은 근처 수납장에서 구급함을 꺼내왔다. 그가 소독약을 뿌리자 피가 섞여 손바닥을 타고 흘렀다. 붕대를 묶으며 그는 카미유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한 가지는 배웠겠구나, 나를 신뢰할 것.”
붕대가 감긴 손을 가만히 내려보다가 그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신뢰? 당신의 무엇을 보고?”
티엔은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침묵을 지켰다. 그의 표정은 여유로웠으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카미유의 붕대 감긴 손을 더욱 세게 잡아쥐면서 당겨 일으켰다.
“재미있는 질문이구나.”
“봐라. 네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부터가 증거 아니더냐.”
“윌리엄이 청탁했을 때, 난 네 가족을 몰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넌 여기 있지. 숨쉬고, 걷고, 말하고 있잖니?”
그는 카미유의 손을 자신의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고, 손바닥에 입술을 살짝 댔다. 붕대 위로 온기가 번졌다.
“······ 청탁이었다고요?”
가만히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손바닥에 입술이 닿으면 그 온기에 흠칫하며 손을 움츠렸다. 그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그 인간이?”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죄질이 변하지는 않을테다. 직접 아버지를 죽인 것은 당신이며, 중지에 있는 반지가 그 증거다. 애칭으로 날 부르며 그를 조롱했으며, 여러번 그를 욕보였기에. 하지만 윌리엄이 더해진다는 건 다른 얘기였으니까.
“그래, 청탁이었지.”
“윌리엄 슈테판. 뉴 에덴의 시장이자, 이 도시를 향락의 도시로 만들고자 한 장본인이란다. 그 인간이 네 아비를 눈엣가시로 여겼다는 건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
고개 든 그는 중지에 끼워진 반지를 천천히 돌렸다. 티엔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미소라기보다는 비웃음에 가까웠다.
“그래, 이건 알아두는 게 좋겠구나. 윌리엄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란다. 그는 중앙 정부 진출을 노리고 있어.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를 이용하려 하지.”
“물론, 나도 그를 이용하고 있지만. 세상은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며 돌아가는 법이란다, 아가.”
“내일 윌리엄을 만나게 될 때, 그 인간의 본질을 꿰뚫어 보길 바란다. 그는 미소 지으며 네게 접근할 거야. 마치 네 아비의 죽음이 전부 나 혼자의 잘못인 것처럼 말이지.”
“아이러니하지 않니? 네 아비를 죽이라고 청탁한 자가 나를 제거하기 위해 널 이용할 생각으로 가득하다니.”
“윌리엄과 나는 비슷해 보이지만 매우 큰 차이점이 있지.”
“나는 적어도 정직하게 말해주고 있잖느냐. 그리고 난 널 이용만 하진 않을 거란다. 내 후계자로 키울 거라고 했지. 네 진가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들과는 달리.”
“어느 쪽이든 내게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인물들이란 걸 일깨워줘서 정말 고맙네요.”
고맙다고 말할 때는 입안을 살짝 물어 발음이 흐려졌다. 희미하게 피 특유의 철 냄새가 비강을 타고 올라와 느껴지는 거 같았다. 그래도 덕분에 정신은 차려지네. 한층 냉정해졌다. 다짜고짜 그에게 칼을 겨누려 했을 때보다.
“좋아요. 윌리엄을 처리할 때까지는 순순히 협조하죠.”
“너무 거만한 말투구나, 아가.”
그가 갑자기 다가와 카미유의 턱을 움켜쥐었다.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힘이 결코 부드럽지 않았다. 그대로 턱을 들어 자신과 시선을 마주하도록 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였다.
“잘 들어라. 넌 이미 내 것이다. 협조고 나발이고, 네가 할 수 있는 건 내 명령에 복종하는 것뿐이지.”
“하지만. 그 정도의 기개는 마음에 드는구나. 네가 순한 양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흥미롭진 않았을 테니.”
“내일 저녁이 기대되는구나.”
티엔은 카미유의 턱을 놓아주었다. 그의 손길이 떨어져 나가고, 이어지는 건 문이 닫히는 소리. 그가 있던 곳이 비자 차가운 공기가 스쳐 지나갔다.
2共犯일기⌵
오늘, 롄첸이 다시 한번 나를 놀라게 했다. 날을 휘두를 때의 표정이란... 마치 칼날을 감추고 있는 꽃과도 같았지. 그 눈빛이 내게 보여주는 것은 증오,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두려움. 아, 얼마나 아름다운가.
7년 전, 내가 그를 살려 보낸 것은 단순한 변덕이 아니었다. 유리잔에 금이 가면 더 이상 완전한 잔이 될 수 없지만, 사람은 다르다. 깨지고, 부서지고, 산산조각 나서야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법이다. 롄첸은 그렇게 부서져 왔고, 이제 그 파편들이 나의 손에서 다시 모이고 있다.
내일의 만찬은 중요하다. 그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고 있다. 물론 도망칠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면 그에게 다시 한번 교훈을 주어야겠지.
사실, 그가 나를 증오하는 것이 기쁘다. 그 증오가 그를 살아있게 하고, 그 증오가 그를 나에게 묶어두니까. 증오는 사랑보다 더 강한 사슬이 될 수 있다. 나는 그의 증오를 먹고, 그 증오 속에서 그를 키워내고 싶다.
그가 완전히 나를 받아들이는 날이 올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그저 그가 나를 이해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가 날 증오하든, 두려워하든, 혹은 그 둘 다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가 나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마치 내가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던 것처럼.
가끔은 그의 눈에서 나 자신을 본다. 어머니가 살해당했을 때의 나. 그 무력함, 그 분노, 그 절망. 하지만 롄첸은 나와는 다르다. 그는 나보다 더 강하고, 더 영리하다. 그가 가진 재능은 단순한 생존 본능을 넘어선다. 그의 음악, 그의 목소리, 그의 감각. 이 모든 것이 그를 특별하게 만든다.
나는 그가 이 도시를 통치할 수 있는 자질을 가졌다고 믿는다. 물론 윌리엄은 모르겠지만. 그 늙은이는 자신의 죽음이 이미 결정되었다는 것을 모른다. 롄첸의 손에 의해서.
그가 내게도 복수를 꿈꾼다면, 더욱 좋다. 그 열정이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니. 하지만 그는 아직 모른다. 진정한 복수란 무엇인지를. 단순히 상대를 죽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세계관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그가 그것을 깨달을 때... 아, 그 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그는 아직도 나를 단순히 ‘괴물’로만 보고 있지만, 점차 알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흑과 백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롄첸, 넌 결국 내 곁에 설 것이다. 그것이 운명이기에. 너의 증오가, 너의 분노가, 너의 모든 것이 결국에는 나를 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 우린 함께 이 도시를 지배할 것이다.
3共犯준비⌵
다음날 저녁, 그가 준비해둔 옷을 입고 전신거울 앞에서 옷소매를 정리하고 머리를 올려 묶으려던 참이었다. 거울 너머로 익숙한 인영이 자리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거늘. 푸른 머리카락이 시야에 들어오면 나지막한 한숨을 쉰다.
“점검이라도 하러 오셨어요?”
티엔은 뺏어 쥔 카미유의 머리끈을 자신의 손목에 감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거울 속 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말이지, 그의 예술작품에 흠잡을 구석이 하나도 없다. 우아하게 피어난 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티엔은 한 걸음 다가서며 카미유의 어깨에 턱을 기대었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
“그 늙은 꼰대를 상대하는 법은 이미 잘 알고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한 번 더 당부하마.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말을 아끼도록.”
몸을 떼어낸 그는 손가락으로 카미유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느릿하게 땋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우아한 춤을 추듯 부드러웠다.
“사실 윌리엄은 네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더구나. 그래서 오늘 저녁 식사를 요청한 거겠지.”
“자신이 죽이라고 명령한 ‘귀찮은 벌레’의 자식이 이렇게 아름답게 자라난 걸 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땋은 머리를 우아하게 고정시키며 카미유의 목덜미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티엔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맺혔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아가. 네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뿐. 그저 내 옆에 있으면 되지.”
“그게 현명한 선택일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단다. 안 그러니?”
티엔은 카미유의 어깨를 부드럽게 쥐었다가 놓았다. 그의 손길은 마치 독사가 먹이를 감싸 안듯 위험하고도 부드러웠다.
기어코 그와 같은 땋은 머리로 꾸며놓는 걸 보고 취향 참. 이라고 생각하다가 거울 속 시선을 피해 눈을 굴렸다.
“지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노력해볼게요.”
“어차피 오늘 처리하실 생각 아니었어요? 그 인간이 뭐라하든.”
어제는 이번 만찬이 그의 마지막이 될 것처럼 얘기하더니 오늘은 저보고 사리라는 그의 말에서 기묘함을 느낀 듯 되물었다. 여차하면 어느 정도 대화가 끝나자마자 그 인간의 목이라도 그어줄 생각이었는데.
티엔은 카미유의 말을 듣고는 왼쪽 눈썹을 찡그렸다. 하지만 금세 여유로운 미소로 바꾸며 거울을 통해 카미유와 눈을 맞췄다. 곧 카미유의 턱을 손가락으로 살짝 들어올리며 속삭이듯 말을 이었다.
“그래, 오늘은 마지막 만찬이 될 테지. 하지만 그 순간은 내가 정하고 싶구나. 너무 서두르지 말자. 천천히, 그리고 제대로 즐기는 게 좋지 않겠느냐?”
티엔의 손이 카미유의 어깨를 타고 내려가 손목을 붙잡았다.
“이건 단순한 살인이 아니란다. 복수라면... 더욱 정교하게, 더욱 아름답게 마무리 지어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네가 필요한 거란다.”
티엔은 카미유의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마지막으로 손질을 했다.
“자, 이제 시간이 다 되었구나. 준비는 끝났으니─.”
“우리의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러 가볼까?”